사랑하는 자녀들아, 어제는 사촌 동생같은 여 권사, 이 장로님과 저녁 식사를 나누었단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성경 읽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무심코 "성경을 참 많이 읽었다"는 말을 하게 되었지.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내가 예전에 하나님과 했던 소중한 약속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구나.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91년의 이야기란다. 당시 나는 미국에서 한의과 대학을 마치고 면허를 취득한 뒤, 다시 브라질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어. 그때 브라질은 콜로르(Collor) 대통령의 화폐 개혁 이후 경제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웠고, 우리 가족 역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단다. 어머니께서 하시던 '계'에 문제가 생겨, 어머니는 사람들이 내지 않은 막대한 금액을 대신 책임지셔야 했어. 결국 집과 자동차를 포함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해 빚을 갚았지만 그걸로는 택도 없을 정도... 이후 10년은 일하면서 빚을 갚아야 했단다. 그래도 이동을 위해 차는 꼭 필요했기에, 10년이 넘은 낡은 자동차 한 대를 겨우 마련해 타고 다녔단다. 돌이켜보면 브라질 생활 중 그때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너희들의 학비를 마련하는 것조차 벅찬 때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마침 아버지(너희들의 할아버지)의 생신이었던 그날 오후 5시 30분경, 집 앞이었단다. 할아버지께서 차를 세워두고 잠시 집에 들어오셨다가 20분도 채 안 되어 다시 나가시려는데, 그사이에 차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집안 사정이 극도로 어려울 때 차까지 도둑맞았으니, 생신을 맞은 아버지의 마음은 한없이 침울해지셨지. 온 가족이 말은 안 했지만, 집안 분위기는 참 어두웠단다. 당시 나는 장모님께(너희들의 외할머니) 선물 받은 성경책에 밑줄을 쳐가며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하필 그 소중한 성경책을 차 안에 두고 내린 게 생각나더구나. 다른 건 몰라도 저녁마다 읽던 그 성경책만큼은 도둑들이 손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어. 그래서 그 자리에...